-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 ‘척추압박골절’ 주의보
비만·흡연·다이어트 반복땐
나이 젊어도 발생 위험 높아
골절 부위에 ‘베개요법’ 효과적
심할땐 ‘시멘트삽입술’ 받아야
플랭크 등 코어근육 운동 필수
관절 아플 경우 수중도보 추천
평소 다이어트를 반복하고 담배를 하루 한 갑씩 피우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A 씨는 이달 초 사무실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심하게 찧었다. 직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부터 엉치뼈와 등이 너무 아파 똑바로 일어날 수 없었고, 앉았다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마사지숍을 찾아가 마사지를 받는 도중 등과 허리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껴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MRI), 골다공증 검사를 한 후 골다공증과 흉추 12번 척추압박골절,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비교적 젊은 30대라도 평소 체중 감량을 반복하면서 흡연까지 한다면 이처럼 척추압박골절을 조심해야 한다. 또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으며 비만이거나,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사내 체육대회 등에 나가 경기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척추 찌그러지는 골절 조심 = 척추압박골절은 낙상이나 사고로 목에서 허리에 이르는 척추체 중 전주 부위의 뼈(추간판의 전방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각형 뼈)가 마름모꼴처럼 납작하게 찌그러지는 골절을 말한다. 뼈가 찌그러지면서 환자에게는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그대로 생활하면서 뼈가 찌그러진 채로 굳어버리면 ‘꼬부랑 허리’인 척추후만증이 된다. 주로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에게서 일어나지만, 일반인도 안심할 수는 없다. 김도형 토마스병원 원장은 3일 “골다공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몸을 잘 쓰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스키, 보드,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넘어지면 척추압박골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인 사람은 같은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평소 뼈가 지탱하고 있는 무게에 외부 충격이 더해져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척추체 골절이 생기기 쉽다. 흡연자는 담배의 니코틴 성분 때문에 뼈가 푸석푸석해지는 상태를 초래해 척추압박골절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의 경우에서도 뼈에 관련된 영양이 골고루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흡연을 오랜 기간 지속하면 젊은 나이와 무관하게 척추체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근육 강화 필수 = 척추압박골절을 예방하려면 평소 척추체를 둘러싸고 있는 ‘코어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근육이 튼튼하면 외부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뼈가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코어근육을 형성하고 키우는 방법은 팔꿈치와 무릎만 바닥에 댄 채 무릎을 떼면서 몸 전체를 직선으로 만드는 운동법인 ‘플랭크 운동’이 효과적이다. 옆으로 하는 ‘사이드 플랭크’ ‘브리지’(누워있는 자세에서 두 손과 다리로 지지하며 엉덩이를 최대한 위로 들어 올려주는 운동법), ‘버드독’(팔과 두 다리로 바닥을 짚은 상태에서 한쪽 팔과 다리를 드는 자세) 등 종류는 다양하다. 단, 추간판탈출증이 있는 경우 무리한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운동하면서 몸에 극심한 통증이 오거나 무리가 온다고 느끼면 운동을 멈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이완해야 한다.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운동으로는 걷기가 좋다. 일주일에 3회, 하루 30분씩 꾸준히 해야 한다. 한발씩 옮길 때마다 척추체에 가해지는 작은 충격이 척추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관절이 아파서 걷기가 꺼려진다면 수영장에서 하는 수중 도보도 좋다. 물속에서는 중력저항이 약해지기 때문에 관절 부담이 적어지며 몸이 가벼우면서도 근력운동은 강하게 할 수 있다.
◇베개 요법도 도움 = 척추압박골절이 생겼다면 10~15㎝ 높이의 베개를 부서진 척추체 중심 밑에 놓고 누워 있으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명 ‘베개요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찌그러진 척추체 앞을 싸고 있는 ‘전정인대’가 늘어나면서 척추체가 상당 부분 원래 모양으로 돌아온다. 척추압박골절을 당하면 일반적으로 안정을 취하면서 약물과 보조기를 사용하는 치료부터 시도하는데, 호전되지 않으면 ‘시멘트 삽입 시술’을 받아야 한다.
김도형 원장은 “척추체의 찌그러진 부위에 3㎜ 굵기의 바늘을 찌르고, 의료용 시멘트로 뼈 속을 단단하게 채워서 척추체를 튼튼하게 보강하고 펴진 모양이 유지되게 만드는 시술”이라며 “시멘트를 주입하면 통증이 이내 줄어들고, 시술 후 바로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술을 받은 박소희(여·69) 씨는 “유방암 수술 후 골다공증으로 척추에 구멍이 나 압박골절이 생겼는데, 이 시술로 통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척추체 골절 중에서 척추체 뒤 기둥까지 문제가 생긴 사람은 나사못 고정수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 원장은 “척추체 뒤 기둥 주위에 척추신경이 지나가는데, 뒤 기둥 뼈가 찌그러지면서 척추신경을 눌러 심한 경우 마비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