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국내에서 입원 환자가 가장 많은 질병이다. 그런데 치료 방법과 치료 효과에 대해 의사들의 견해가 달라서 당장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가 많다. 기자도 지난해 연말 그런 경험을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63세인 기자의 시어머니가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움직이기가 어려웠고 밤새 끙끙 앓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다음 날 동네의 척추·관절 전문병원에 가서 MRI를 찍고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요추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찢어져 수핵이 조금 새어나왔고, 신경을 눌러 허리부터 왼쪽 다리가 전체가 저리고 아픈 상태였다. 의사는 "수핵이 흘러나왔고 통증이 극심하니 꼬리뼈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통증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성형술을 받거나, 문제가 되는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당장 시술 혹은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처방을 전해 듣고 고민을 했다. 8년 넘게 의학 담당을 해온 기자의 상식으로는 허리디스크 치료에서 '기다림'의 단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리가 아파 어쩔줄 몰라 하는 상황에서 시어머니께 "그냥 버텨보시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허리디스크 환자 중 상당수는 갑자기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지만,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국내 최고의 허리디스크 명의로 꼽히는 10명에게 '당신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떤 치료를 받겠느냐'라고 물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충민 기자
〈구체적 상황〉
갑자기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부터 왼쪽 다리 전체가 저리고 아파 움직이기 힘들다. 통증이 심해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검사 결과 요추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찢어졌고, 새어나온 수핵이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김영수 김영수병원 병원장
“우선 약물 복용과 물리치료를 하고 통증이 계속되면 주사 요법이나 신경성형술, 미세 수술을 고려하겠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신경성형술 같은 비수술 치료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가 많은데, 해보지도 않고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비판만 하는 것 같다. 큰 수술까지는 필요 없지만 잔잔하고 세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비수술 치료 방법이 도움이 된다.”
(외 신경외과 의사 9명 생략)
[허리디스크 치료법 용어 정리]
▲약물
통증을 줄이기 위해 소염제·진통제·근이완제·진경제(鎭痙劑) 등을 복합적으로 투여하는 치료.
▲주사 요법(신경차단술)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이나 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 염증과 신경 부종을 가라앉히는 방법. 엑스레이를 보면서 환자의 등에 긴 침을 꼽은 뒤 약물을 투입한다.
▲비수술 치료(신경성형술·고주파 수핵감압술)
꼬리뼈 부위를 0.5~1㎝를 절개하고 가는 관을 삽입, 염증과 신경부종이 있는 부위에 직접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를 주입한다. 디스크에 의해 신경이 눌린 부위에 풍선을 넣어 공간을 만든 뒤 약물을 주입하기도 한다. 이를 신경성형술이라고 한다. 고주파 수핵감압술은 튀어나온 디스크에 2㎜ 두께의 가느다란 관을 직접 삽입, 관 끝에 고주파 열에너지를 내보내 디스크 크기를 줄이는 시술.
▲수술
피부를 절개해 문제가 있는 디스크를 제거한다. 전통적인 수술 외에 병변이 3~4배 잘보이는 현미경을 이용해 절개 크기를 줄이는 미세현미경디스크제거술과, 내시경을 넣어 디스크를 제거하는 내시경디스크제거술이 있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디스크가 찢어져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거나 염증을 일으키면서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병.